|
애니메이션은 19세기 후반 종이에 길게 그린 그림을 환등기를 통해 비춰보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는데,
20세기 후반에 들어 인터넷의 등장으로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단계를 맞게 되었다. 인터넷이 단순한
통신의 기능에서 벗어나 방송 매체로서의 기능을 획득하기 이전까지 애니메이션의 주된 포맷은 그것이
전통적인 제작 기법에 의한 것이건, 디지털 방식에 의한 것이건 대부분 극장, TV, 비디오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디지털에 기반한 인터넷의 비약적인 확대는 애니메이션을 둘러싼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플래쉬와 같은 인터넷 전용 포맷이 등장하였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웹 애니메이션
제작이 활성화되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인터랙티브 영상 컨텐츠의 개념을 형성하고 그 형태를 구체화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극장, TV, 비디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방송은 유사방송에 불과하고, 플래쉬 애니메이션은 영화로 볼 수 없다는 일부의
견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의 경우는 1920년대 부터, 캐나다의 경우 40년대 부터 독립적인 성격의 단편애니메이션이
시작되었다. 한국은 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독립적인 단편애니메이션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우리는
국내의 독립단편애니메이션이 대부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점과, 현재 인터넷 컨텐츠로서의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단편물이라는 점을 연결시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국내에서 인터넷방송 컨텐츠로서의 애니메이션은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는 인터넷방송과
특별한 연관없이 제작된 기존의 독립애니메이션이 유관 인터넷방송국에 일정한 계약을 통해 제공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애니메이션 관련 인터넷방송국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웹 애니메이션으로 단편물을
자체 제작(혹은 외주 제작)하는 방식이고, 세 번째는 독립애니메이션 작가나 그룹이 스스로 독립적인
방송사이트를 구축하는 경우이다.
어떠한 방식을 취하건 다양해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터넷에는 엄청난 양의 정보와 사이트가 있다. 그 중에는 상업적인 목적의 사이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저작권의 보호를 주장하기도 하지만, copy-left에 입각하여
정보와 컨텐츠를 공유하자는 입장도 있다. 어린이에게 유익한 사이트도 있지만 성인만을 위한 사이트도
있다. 서태지 홈페이지가 있고, 동시에 안티(Anti) 서태지 사이트가 공존하다.
인터넷은 상대주의를 미덕으로 한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보면 인터넷은 기존의 매체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풍성하며, 수용자의 판단력과
적극성에 기반한다. 국내에서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과 이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
있지만 대체로 다른 나라에서 인터넷에서의 표현은 자유롭다.
애니메이션을 인터넷방송의 컨텐츠로 하는 경우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고 본다. 우선은 상업적인
목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일정한 예술적 목적이나
사회적 공익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 상업적인 목적이라면 이에 맞는 컨텐츠 제작과 마케팅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뒤섞이면 원칙없는 혼란이고, 공존하기에는 현실이 그리 만만치 않다.
애니메이션을 무엇으로 생각하는가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엔터테인먼트로 접근하는 것과,
예술로 이해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양자가 결합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인터넷과 애니메이션을 결합시키는 것에 대한 좀더 다른 새로운 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테면 수익모델을 위한 사업적 계산에 앞서서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의식적인 실험으로, 온라인과 디지털이 탄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향한 생산과
창조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다가올 몇 년 동안 인터넷은 또다시 새롭게 변화할 것이고, 그 속도는 지금을 능가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으로 애니메이션 또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낼 것이다.
결국 지금 해야할 일은 현실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구축하는 것이다!
2000. 9 / 전승일
(인터넷방송 가이드 사이트 Castzine의
자유컬럼에 올려졌던 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