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s)는 2D 그래픽 소프트웨어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포토샵(Photoshop)과 범용적인 디지털 비디오 편집 소프트웨어인 프리미어(Premiere)를 개발한
어도비(Adobe)사에서 97년에 데스크탑 컴퓨터용으로 발표한 프로그램으로 현재 4.1버전까지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
애프터 이펙트는 레이어(Layer)와 컴포지션(Composition)의 복합적 구성에 의한 매우 강력한 이미지 합성과, 키-프레임(Key-frame) 방식에 기반한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을 특성으로 하고 있는데, 디지털 애니메이션 뿐만이 아니라 비디오의 편집과 합성 나아가 필름 영화의
포스트 프로덕션이나 특수효과 등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필자는 독립애니메이터의 한 사람으로 현재 독립애니메이션 제작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편집 소프트웨어인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s)에 대해 언급하고, 그 구체적인 작품 제작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독립애니메이션에서 애프터 이펙트가 제작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97년 말부터 였다고 기억되는데, 당시의 대표적 작품은 <덤불 속의 재>(감독:이성강 / 1998 / 99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본선진출)가 아닐까 한다.
독립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애프터 이펙트가 활용되기 이전에는 대부분 프리미어를 통해 편집과 합성 작업을 하였다. 그런데 프리미어는 애프터이펙트에 비해 불러들일 수 있는 그래픽 포맷이 제한되어 있고, 포토샵의 레이어 이미지를 개별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일련번호가 부여된 애니메이션의 동화를 하나의 레이어로 인식하여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프리미어 5.0버전 이후 애니메이션이 아닌 라이브 액션을 편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최근 작품인 <미메시스TV-에피소드1>의 쇼트 단위 애니메이션은 애프터 이펙트에서 편집되었는데, 이 작품에서 동화는 대부분 시퀀스 형식으로, 즉 하나의 개별적인 레이어로 불러 들여진 후 채널 방식으로 배경과 합성되었다.

이 쇼트는 하품하는 주인공을 향해 카메라가 다가가는 장면으로, 주인공은 천정의 선풍기 보다 멀리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카메라가 트랙 인 하는 동안 주인공과 선풍기의 크기와 위치는 차별적으로 편집되어야 하는데, 프리미어의 경우 동일한 개념의 편집을 하려면 주인공과 선풍기의 동화를 각각 알파 채널이 포함된 무비 파일로 따로 렌더링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애프터 이펙트는 일련번호가 부여된 복수의 동화를 시퀀스 형식, 즉 하나의 레이어로 인식함으로써 프리미어가 갖고 있는 제한성을 쉽게 극복하여 심도깊은 화면을 연출할 수 있게 해준다. 도판은 카메라가 주인공에게 다가들어간 프레임이다.
카메라 움직임을 표현할 때 특히 2차원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처럼 카메라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개 피사체를 조작하여 표현하는데, 애프터 이펙트는 이러한 편집을 레이어와 컴포지션의 중층적인 구성을 통해 구현한다.
예컨대 <미메시스TV-에피소드1>의 이 쇼트에서는 배경과 주인공이 합성되어 개별적인 하나의 컴포지션을 표준 비디오 포맷(NTSC 표준은 640 x 480 pixel) 보다 큰 사이즈로 구성되었고, 이 컴포지션에 천정의 선풍기가 합성되어 카메라 워크를 위한 표준 비디오 포맷의 최종 컴포지션이 구성되었다.

애프터 이펙트가 갖고 있는 또다른 장점은 편집 소스와 컴포지션의 크기, 즉 카메라가 상호간에연동하는 개념의 레이아웃(Layout)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비디오 포맷으로 편집하는 경우 이 보다 더 큰 사이즈의 그림을 애프터 이펙트는 컴포지션에 이를 연동하여 인식하지만 프리미어는 그렇지 못하다. 예컨대 <미메시스TV-에피소드1>에서 카메라 워크가 있는 쇼트의 배경 그림은 표준 비디오 1프레임 보다 훨씬 큰 크기로 제작되었다.
결국 배경과 동화가 분리되는 셀 애니메이션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하는 경우 화면 내의 원근 관계나 카메라 워크 설정에 있어서 애프터 이펙트가 훨씬 유리하다. 실제로 독립애니메이션 제작에 애프터 이펙트가 도입된 이후 화면 연출이 이전 작품에 비해 진일보하였고, 보다 영화 연출의 개념에 가까워졌고 할 수 있다.

또한 애프터 이펙트는 다양한 출력 포맷을 지원한다. 프리미어는 기본적으로 비디오 포맷에 기반하여 동영상을 편집하는 개념이지만, 애프터 이펙트는 비디오 포맷 이외에도 HDTV, 35mm Film 출력을 목적으로 편집할 수 있고, 포스트 프로덕션이나 합성 작업을 위해서 일련번호 파일 및 색상값을 제외한 채널 이미지만으로도 출력할 수 있다.
일례로 현재 제작 중인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감독:이성강 / 제작:씨즈 엔터테인먼트)의 쇼트 단위 편집은 대부분 애프터 이펙트를 통해 제작되고 있는데, 이 경우 배경이나 동화의 제작은 기본적으로 35mm 필름의 해상도(2048 x 1536 pixel)에 기반하여 제작되고 있기도 하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애프터 이펙트는 국내 독립애니메이션의 연출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초기의 국내 독립애니메이션은 상업애니메이션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제기였고, 따라서 상업애니메이션의 일반적인 연출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독립애니메이션은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대안적인 문제제기를 관철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의 일반 연출어법을 나름대로 자기화하려는 독립작가들의 실험과 창작정신의 산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필름으로 독립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현실적으로 힘든 국내 상황에서 독립작가들이 디지털과 결합하는 것은 특수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불어 아무리 훌륭한 디지털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에 의해 드러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 여름에 다시한번 확인하고자 한다.

2000. 8 / 전승일
월간 KINO (2000년 8월호)에 실렸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