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나라가 외눈박이 괴물에게 점령당했지만
오직 한 나라만은 점령당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나라는 황금왕국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3개의 황금공이 그 나라를 지켜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수수께끼를 푸는
한 사나이가 나라를 구한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이렇게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욤욤공주와 도둑(The Thief and the Cobbler)>은
‘아라비아의 천일야화‘에서 착안하여 1968년 ‘독립제작’ 방식으로 만들기 시작한 후, 1994년
제작이 시작된 지 27년 만에 완성된 리차드 윌리암스(Richard Williams) 감독의
생의 열정이 가득 담긴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돌아온 핑크 팬더>(1975), <핑크
팬더의 역습>(1976),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 등의 영화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만든 리차드 윌리암스 감독은 아카데미상을 3회나 수상한 바 있으며, 영국
아카데미상.에미 어워드 등 250여 회에 달하는 수상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욤욤공주와 도둑>은 서양화의 원근법이 배제된 다중시점의 평면적이고 패턴화된 독특한
배경 미술과 2.35 : 1 시네마스코프 비례의 넓은 화면 속에서 구두 수선공 ‘압정이’와 욤욤공주,
그리고 나쁜 신하 지그잭과 애꾸눈 마왕이 펼치는 신비롭고 스펙타클한 모험담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디즈니식’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재치있는 움직임, 2차원적 평면과
3차원 공간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배경과 장면 연출, 그리고 연극무대와 뮤지컬 양식 등을 활용하여
우리에게 풍부한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다. 특히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함께 흑백의 사각형들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배경 속에서 시.공간적 착시 효과로 펼쳐지는 구두 수선공과 도둑의 추격씬은
이 영화의 여러 장면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1933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리차드 윌리암스는 단편 애니메이션 <The Little Island>(1958)로
애니메이션계에 데뷔한 이후 <The Dermis Probe>(1965), <A
Christmas Carol>(1971) 등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1977년에는
장편 애니메이션 <Raggedy Ann & Andy : A Musical Adventure>를
제작하였으며, 이밖에도 <007 카지노 로얄>(1968),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1974)
등 다수의 영화 타이틀과 TV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였다. 또한 자신의 애니메이션 연출 경험을
살려 다양한 애니메이션 테크닉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 <The Animator's Survival
Kit>를 저술하기도 하였고, 1995년 이래 런던, 뉴욕, 밴쿠버, 홍콩, 시드니 등에서
자신의 ‘애니메이션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하면서 교육자로서의 활동도 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 <욤욤공주와 도둑>이라는 제목의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는 이 작품은
영문 원제 <The Thief and the Cobbler> 이외에 <The
Princess and the Cobbler>, <Arabian Knight>라는
또 다른 영문 타이틀이 있다. <The Princess and the Cobbler>는
1994년 호주 개봉 당시 제목이고, <Arabian Knight>는 1995년 Miramax사가
미국 개봉을 위해 감독을 배제시킨 상황에서 녹음을 다시 하고 일부 장면을 삭제한 재편집 버전이고,
<The Thief and the Cobbler>는 1996년 디즈니에 의해 비디오로
출시된 버전의 제목으로, 미국 개봉 버전인 <Arabian Knight>는 감독의
본래 연출 의도와 가장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욤욤공주와 도둑>은 캐나다.일본.호주 등에서 DVD로 출시되어 있는데, 일본판은
16 : 9 레터박스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만 미국 개봉 버전이고, 호주판은
미국 개봉 버전보다 더 많은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나 화면의 좌.우가 가려져 있어서 작품 특유의
빼어난 미장센을 감상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정보는 웹사이트 www.geocities.com/eddie_bowers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5. 5 / 애니메이툰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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